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는 한반도, 바다가 삶의 터전이거나 가까이 살 수밖에 없었던 옛사람들은 바다를 어떻게 노래했을까요? 그들은 더 넓은 바다를 보며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기원하였을까요?
무엇보다 지금과는 여러 측면에서 달랐을 바다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때로는 이길 수 없는 슬픔을 흥겨운 음악으로 위로하기도 했고 때로는 음악의 힘을 빌려 거센 물결이 잦아지기를 바랐던 그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남긴 삶과 정서를 우리의 국악 속에서 살펴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국악과 부교수이자
12년 동안 한국의 국악을 연구하고 있는 안나예이츠라고 합니다
저는 전공으로 인류음악학을 가르치고 있는데요
아마 여러분께서는 인류음악학이 생소하실 것 같아
간단하게 소개를 드리자면
문화를 통해서 음악을
그리고 음악을 통해서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는 학문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판소리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요
지금 약 11년 동안 판소리를 연구도 하고
직접 소리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판소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악 장르에 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그런데 바다를 이해하는데 왜 국악을 알아보는 걸까요?
일단 국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래서 국악을 살펴보면
음악이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고
또 그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걱정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러한 것들을 음악을 통해서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다룰 곡들을 살펴보면서
이 음악들이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바다에 대해 생각했을까에 대해
같이 한번 탐색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바다에서 일하거나
배를 타고 이동할 때 옛날보다 많이 안전해졌잖아요?
그런데 과거에는 날씨에 따라 아예 바다에 나가지 못했을 때도 있었던만큼
변화무쌍한 날씨의 영향이 아주 크게 느껴졌던 것도 있었고
배도 지금만큼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히 지금보다 많이 위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바다는 특히 바닷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거대한 존재였습니다
한 편으로는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위험할 수도 있고
또 바다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었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을 많이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양면성을 가진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했을까요?
그 당시 사람들이 양면성을 가진 바다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바다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경우
대처 방법이 무엇이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면 정말 그 마음이 많이 아프잖아요
지금 현재를 살고있는 저희들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면 이런 표현을 쓰지요
이런 사례를 제주 민요인 <이어도사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윤이라는 학자는
<이어도라는 유토피아와 여성 동성 사회에 대한 상상력>
이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여자들만 사는 섬 이어도는 바다와 맞서
가혹한 노동에 직면했던 제주도민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제공하는 유토피아적 공간이다”라고 말이지요
또한 “남성들에게는 아름다운 여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여성들에게는 모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낙원으로 표상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어도는 사실 ‘저승’을 의미합니다
죽어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을 흔히 이어도에 갔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렇게 표현하니까 저승은 무서운 곳이 아니라
결국은 이 환상적인 이어도라는 나라가 너무 좋아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래서 죽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곳이 너무 지내기 좋으니까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거였지요
그러면 이런 내용을 노래로 부르면
과연 어떻게 되는지 한 번 같이 들어볼까요?
서의철 가단이 노래하는 <이어도사나>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곡을 어떻게 들으셨나요?
슬프셨나요?
아니면 흥겨우셨나요?
사실 저에게는 흥겹게 들리는 선율로 인해 그렇게 슬프게 들리지는 않거든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슬프다기 보다는
그 사람이 지금 다른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해석으로는
바다에 맞서는 제주도민이 이겨낼 수 없는 바다의 위험성을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운 환상으로 노래함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해 주는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옛 사람들은 바다를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마음은 관악기 대금 유래 전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대금이 무슨 악기인지 잘 아시나요?
대금은 대나무로 만들었고, 입김을 불어넣는 구멍인 취구가 1개 있으며
얇은 갈대의 속막을 붙여서 ‘윙윙’ 소리를 내는 효과를 만드는
천공이라는 구멍 1개와 손가락으로 막거나 여는 것으로
소리를 변화시키는 구멍인 지공이 6개가 있는 관악기입니다
이 대금 유래 전설이 기록된 것은 약 1281년에 저술된 삼국유사 속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라 신문왕이 아버지인 문무왕을 위해서
동해안에 감은사(感恩寺)라는 절을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신문왕이 왕이 된 지 약 2년이 됐을 때인 682년
바다에서 작은 산이 감은사로 오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 점을 쳐보니
그 산을 자세히 보니 꼭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북 머리 같았는데
꼭대기에는 대나무가 자라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대나무는 평범한 대나무가 아닌 마법의 대나무였지요
낮에는 두 개로 나뉘어져서 자랐고
밤에는 하나가 되어 자라는 대나무였던 것입니다
이 산이 발견된 후 9일 동안 폭풍우가 일어났는데
폭풍우가 끝나고 나서 신문왕이 그 산으로 넘어갔을 때
용이 신문왕에게 대나무를 잘라서 줬고
그 대나무로 악기를 만들어서 보관한 것이 바로 첫 대금이었습니다
혹시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를 보신 분들이 계시면
이 전설을 아마 들은 적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 ‘만파식적’의 소리를 한 번 같이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들려드릴 곡은 김정승 교수님께서 연주하신
대금 독주곡 <청성자진한잎>입니다
짧게는 <청성곡>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양반들이 좋아했던 시조시를 음악으로 만들어서 부르는
한국 전통 가곡 중 <태평가>라는 곡의 반주선율을
대금 독주곡으로 발전시켜서 연주한 음악입니다
그러면 다같이 <청성자진한잎>을 감상하겠습니다
한번 들어보시면 정말 평화를 오게 하고 거센 물결을 잠잠하게 하는
만파식적에 잘 어울리는 소리인 것 같지요?
원래의 유래 곡 자체도 <태평가>라고도 하니까
더더욱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첫번째 강의를 마무리 할 텐데요
지금까지 거대한 바다의 위엄을 옛 한국인들이 어떻게 바라봤는지에 관해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해봤습니다
먼저 ‘바다’라는 대상을 이길 수 없을 때는
다른 한편으로는 조상과 신의 도움을 받아서
그리고 이 두 가지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음악으로
제주민요 <이어도사나>와 대금 독주곡 <청성자진한잎>을 살펴봤습니다
국악에 담겨있는 바다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셨기를 바라며
다음 강의에서는 제 전문 분야인 판소리를 통해
또 다른 한국의 바다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강의에서 바다를 바라본 옛 한국인들의 마음과
바다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왔던 구전설화인
일단 판소리란 무엇인지 정의하자면, 사실 ‘판소리’라는 단어는
조금 더 근대 역사에 생긴 단어로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판소리’라는 용어 대신에
‘창’, ‘소리’와 같은 명칭를 주로 사용했고
또 지금은 다른 장르를 지칭하는 ‘창극’이란 단어도 사용했었는데
현재는 판소리라는 표현이
제일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판소리라는 단어 자체를 보면
이 장르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판소리는 어떠한 이야기를 통해서
한 상황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좀 더 은유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소리’에서는 노래뿐만 아니라
예를들어 바람이 우르르르르 불고, 새가 쑥국쑥국 울고
그래서 흔히 판소리 공연이라 하면
긴 이야기를 3가지 요소를 통해서 표현하는데요
조금 전에 말씀드린 노래를 뜻하는 ‘소리’
그다음에는 이야기를 뜻하는 ‘아니리’
그리고 소리꾼의 몸짓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발림’이라는 요소입니다
이 다섯 바탕 전체의 이야기를 한 번에 부르면
그것을 완창이라고 하는데요, 짧으면 2시간 반 정도 걸리고
길면은 8시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한 명의 소리꾼과
반주를 맡아 주시는 한 명의 고수가
관객과 함께 소통하며 부르는 그런 장르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판소리를 기반으로 하여 발전해온 예술들도 있는데요
‘가야금 병창’과 같이 소리를 하면서 직접 가야금 반주를 하는 것도 있고
또한 ‘창극도 있습니다
‘창극’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원래는 판소리를 지칭하는 이름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판소리의 이야기 또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판소리의 창법을 사용해서 역할을 나누고
역할에 맞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무대 효과도 사용하고
다양한 악기의 반주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요소를 추가하여 부르는 장르입니다
또한 창작 판소리도 있는데, 이것은 창작된 이야기를
판소리라는 매체를 사용해서 연주하는 것입니다
먼저,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판소리 대목 중 하나인
<범피중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수궁가와 심청가의 줄거리는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바다나 물과 관련된 다양한 고전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면서
넓고 아름다운 바다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도 이 대목의 특징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조’라는 단어를 아셔야 하는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만드는
단위라는 개념으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의 조는 ‘우조’입니다
우조의 음악적인 요소는 지난 강의에서 소개했던
양반들이 좋아했던 성악 장르인 가곡에서도 나오는데요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속도인 ‘장단’
즉 리듬을 통해서 장단이라는 것이 정해지는데
여기서의 장단은 ‘진양조’입니다
오늘 살펴볼 ‘범피중류’는 후자가 해당됩니다
그래서 정말 멋있는 풍경을 최대한 느리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곡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럼 이제 수궁가와 심청가의 범피중류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두 가지의 <범피중류>는 내용이 아주 비슷하지만
맥락에 따라 차이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먼저, 수궁가의 <범피중류>를 소개해 드릴게요
많은 분들께서 수궁가는 ‘토끼와 자라’, ‘별주부전’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알고 계실 텐데요
용왕의 병 때문에 토끼의 간이 필요했던 별주부가 토끼를 찾으러 떠나고
결국 여러 가지 고난을 겪은 후에 토끼를 만났지요
별주부가 토끼에게 수궁에서 벼슬을 할 수 있다고 속여서
결국 둘이 같이 바다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때 이 <범피중류>란 대목을 부르게 됩니다
이 수궁가 중 <범피중류> 대목을 조금 들려드릴 텐데요
전 세계에 국악을 소개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장서윤이란 소리꾼이
기존의 판소리에서 새로운 시도로 재해석한 수궁가의 한 부분입니다
소리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소리꾼인 유태평양님
그리고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상임단원인 양혜원님이 같이 부르는데
특히 의상에서부터 별주부와 토끼의 역할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특별한 디자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다같이 감상하시겠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들으셨나요?
느리면서도 멋있고 우아한 분위기를 느끼셨나요?
다음 이야기는 모두 잘 아시는 것처럼
용왕과 별주부의 계략을 눈치챈 토끼가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하며 도망친 뒤
잠깐의 위기 상황 후에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으니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심청가의 <범피중류>를 살펴보게 되면
심청가는 여러분도 내용을 잘 아실 텐데요
심청이 장님인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쌀 300석에 바다의 제물이 되어 결국 인당수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지요?
여기서 <범피중류>는 심청이가 배를 타고
인당수로 들어가는 길의 바다를 묘사하고 있다보니
우선은 심청가의 범피중류를 들려드리는 것보다
거기에 이어지는 장면을 조금 더 살펴볼게요
지난 강의의 내용에서 마법을 통해
사람들이 바다를 통제하려고 했던 것과 달리
인류음악학자로서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부분이
아주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는 의례를 차리는 모습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도사공 영좌 이하, 황황급급하여, 고사기계를 차릴제
섬쌀로 밥 짓고. 온 소잡고, 동이술
오색탕수, 삼색실과를 방위 찾어 갈라 놓고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밥을 짓고, 소 한 마리를 잡고, 술을 준비하고
5가지 색깔이 들어간 탕국과 세 가지 색깔이 있는 과일을
각자 정해진 위치에 놓으며 의례의 준비과정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의례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무슨 이유로 했는지, 어떤 신령한테 빌었는지를 알 수 있고
더군다나 아주 다이나믹한 리듬이 흥미로운 장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장면을 재해석한 영상을 살펴볼 건데요
여기에는 거문고 연주가 더해졌습니다
거문고에는 허윤정 교수님
북에는 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 보존회장인 김태영 선생님
그리고 소리에는 이번에도 유태평양님이 같이 연주하는
<인당: 청해 바다>를 같이 들어보겠습니다
어떠셨나요? 얼마나 촉박한 상황인지 감이 오시죠?
사실 이 장면은 아주 무서운 상황이죠
남경장사들이 바닷길을 안전하게 가고 싶은 마음에
의례를 제대로 준비하려는 모습이 보이고
곧 물에 빠질 심청이 역시 이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을 가지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이 심청가의 <범피중류>는
앞서 살펴봤던 수궁가의 <범피중류>와 느낌이 다른 것이죠
지금까지 살펴본 수궁가와 심청가
이 두 이야기에서 바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바다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극적인 전환에 들어가는 것이니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여러분, 수궁가와 심청가를 통해 알아본 바다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나요?
다음 강의에서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백성들의 노래인
민요를 소개해 드릴텐데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노동 민요인
뱃노래의 여러 가지 모습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나예이츠입니다
지난 1강에서는 바다를 대하는 옛사람들의 태도를 살펴보았고
2강에서는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한
수궁가와 심청가 판소리에서 바다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마지막 시간인 이번 강의에서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았던 옛 사람들의 노래 중
사실 노동에 활용하는 민요는 바다와 관련되지 않은 민요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방아를 찧을 때 부르는 ‘방아타령’도 있고
논밭에서 일할 때 부르는 ‘농부가’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동요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뱃노래’는 노를 같이 젓기 위해 불렀던 노래입니다
노래를 불러서 같이 노를 젓는 것이
그 당시 얼마나 보편적이었는지를 먼저 설명 드리자면
판소리 적벽가에서 배를 타는 장면이 있을 때도
“어기야디야 어기야”라는 뱃노래의 후렴이 들어있는 만큼
정말 널리 알려져 있는 곡이지요
한반도는 삼면이 모두 바다이기 때문에
당연히 바닷가 근처에서 배를 타면서 살림을 꾸렸던 사람들이 많았고
사실 민요를 보면 각 지역마다 노래 부르는 형식이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지역으로 나누자면 서도민요는
지금 북한이 된 서쪽 지역에서 불려졌던 노래이고
경기 민요는 경기, 서울, 충청북도 지역의 노래를
남도민요는 한국 서남쪽인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에서
주로 불려졌던 노래입니다
또한 태백산맥으로 갈라지는 한반도 전체
동쪽 지역에서 불려졌던 동부민요도 있습니다
먼저 ‘경기뱃노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마 여러분께서도 학창시절에 “덩기덕 쿵더러러러”
이렇게 많이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경기뱃노래는 조금 느리게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빨라지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 때 빨라지면서 ‘덩 덩 쿵 따 쿵’
이런 자진모리 장단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면 이 느리게 불렀다가 빨라지는 부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김점순 소리연구회가 선보인 <경기민요 춤을 추다> 공연의
뱃노래 영상을 통해 같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빨라지는 부분을 주의 깊게 잘 들으셨나요?
굿거리 장단을 사용하는 느린 부분에서
자진모리 장단의 빠른 부분으로 넘어가는 모습은
이번에는 ‘남도뱃노래’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남도뱃노래도 똑같이 빨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흔히 불려진 남도뱃노래에서는 3단계로 속도가 올라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일 느린 진양조를 지나, 중간 속도인 중모리로 넘어가다가
마지막에 경기뱃노래와 똑같이 자진모리로 끝나는 특징이 있는데요
중모리 부분에서의 남도민요 특징을 살짝 보여드리자면
“어기야~ 차~ 어기야~ 차~” 이렇게 진행이 되고
평으로 내는 목에서 깊게 떠는 목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들으실 수 있겠죠?
이 부분이 특히 남도민요의 특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간 관계상 영상에서는 자진모리 부분만 보여드릴 텐데요
여기서 추가적인 뱃노래의 특징인 ‘주고받는 형식’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남도뱃노래 자진모리 부분에서는 한 사람이 “어이야디어 차!” 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기야!” 외치며 대답하는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이제 곧 보여드릴 영상에서는 저와 함께
저의 스승이신 민혜성 선생님과 프랑스 소리꾼들인
빅토린 블라보와 가향스 가샤르, 그리고 소울소리판 단원들이 같이 부르는
남도뱃노래를 같이 감상하겠습니다
앞서 들은 경기뱃노래와 같이 리듬이 빨라지니까 뭔가 흥이 오르죠?
노를 오랫동안 저으면 힘들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같이 으쌰으쌰 하니까 힘도 생기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게 바로 노동요의 효과죠
지금은 노를 젓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뱃노래의 원래 목적이 많이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이런 것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상생활의 모습이 달라져서
사라진 국악 장르도 꽤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이 뱃노래는 원래의 목적은 사라졌어도
지금 여러 가지 새로운 모습이 대신 생겨나기도 했는데요
서도 밴드라는 그룹은 현대 시대에
국악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존의 국악을 각색한 조선팝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는데요
이 조선팝이라는 장르로 재해석한 서도밴드의 ‘뱃노래’에서
제가 아까 말씀드린 주고받는 형식을 동일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영상을 보실까요?
여러분 어떻게 들으셨나요?
여기서도 장단이 빨라지면서 흥이 올라오고
주고받는 형식이 그대로 이 새로운 맥락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서도밴드의 뱃노래에는
사실 남도뱃노래 요소뿐만 아니라 경기뱃노래 요소도 같이 담겨 있습니다
아까 제가 보여드린 경기뱃노래 영상에서 이런 가사가 있었는데요
“달은 밝고 명량한데 고향 생각 절로 난다.”라는 이 가사가
서도밴드의 뱃노래에서도 첫 소절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있으실 때 전체 곡도 한 번 들어보시고
과거의 뱃노래와 새로운 맥락에 맞게 재해석된 뱃노래를
한 번 비교해 보시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 세 번의 강의에 걸쳐
바다와 관련된 국악을 접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짧은 시간 동안 바다와 관련된 국악의 이야기를
더 설명 드릴 수는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그래도 바다를 주제로 하는 국악곡을
이렇게 다양하게 언급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바다는 어떤 존재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국악에서 보이는 바다를 소개해 드린 안나 예이츠 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