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전봉환 책임연구원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는 지능형 선박,친환경 해양개발,해양공공디지털 분야에서 해양공학 기술을 끊임없이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자율운항선박, 전기추진선박과 같은 미래의 선박기술을 개발하고 파도 또는 해양에서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해양 에너지와 해양플랜트 기술 또 해양교통체계와 사고 대응기술을 연구하고 수중로봇과 해양장비 등 다양한 해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모두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에 업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 입소한 이후 27년이 넘도록 수중로봇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수중로봇의 주 활동 무대인 바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얀 백사장의 시원한 해변 맑고 투명한 열대 바다의 산호초만 떠올리던 제가 수중로봇을 연구하면서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으며 신비로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최근 수중 로봇에 의해 바다의 신비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데요 첫 시간에는 오늘은 수중로봇의 주 활동 무대인 바다 그 중에서도 심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전봉환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책임연구원] [세계 최초 보행용 심해탐사로봇 크랩스터6000 개발 심해무인잠수정 해미래 연구개발 참여] [심해탐사와 수중로봇 우리가 모르는 먼 바다-심해] 여러분 바다가 지구 표면에 3분의 2를 덮고 있다는 것은 잘 아시죠 그렇다면 바다는 얼마나 깊을까요? 바다의 평균 수심은 3,800M 가장 깊은 곳은 11,000M에 이릅니다 8,800M 높이의 에베레스트 산을 쏙 집어넣고도 2,200M가 남을 만큼의 깊이죠 바다는 생명이 살 수 있는 지구 공간의 99%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럼 3차원 공간으로서의 바다는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인류는 아직 심해의 5%도 탐사하지 못했습니다 지구로부터 약 1억km 떨어져 있는 화성의 지형보다 납을 녹이는 뜨거운 대기 그 대기의 황산비가 내리는 금성의 지형보다 우리는 바닷속 해저 지형에 대해 더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17년 북서태평양 탐사연구 중 높이가 4000M인 거대한 해저산을 발견하고 키오스트 해산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인 2023년 지금까지 바닷속 1000M가 넘는 높이의 거대한 산들이 발견은 커녕 이름 없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심해입니다 그 산에 어떤 암석이 있는지 어떤 생물이 사는지 모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2003년 화성의 착륙했다가 통신두절된 탐사선을 11년 만에 찾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인도양 어디인가 추락한 말레이시아 항공편은 여전히 행방불명인 상태죠 누군가는 그런 바다를 두고 무섭다고 하기도 합니다 지구에서 1억km 떨어진 화성에서 실종된 쓰레기통 뚜껑 크기의 탐사선을 찾아내는 기술로도 지구 바다 3KM 아래 떨어진 200톤이 넘는 거대한 비행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왜 지구의 심해는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걸까요 화성보다 심해탐사가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바로 기술적 한계 때문입니다 수중에서는 전자기파를 쓸 수 없거든요 우리가 누리는 휴대전화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시스템이라고 하는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카메라,레이더,라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전자기파를 이용합니다 전파는 초속 30만 KM 속도가 빠를뿐만 아니라 주파수 범위도 아주 넓습니다 300km 고도의 위성에서 50cm 해상도로 골목길에 있는 자동차도 구별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닷속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지요 물에서는 감쇠와 산란으로 전송 거리가 10M를 넘기 어렵거든요 그럼 물속에서는 어떻게 소통할까요 전자기파 대신 무엇을 쓸까요? 네 바로 소리입니다 소리는 물속에서 전자기파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잘 전파됩니다 음파탐지기 음향탐지기로 부르는 소나는 그 종류도 많습니다 스캐닝소나,멀티빔소나,통신소나,측위소나,고도계,속도계 수중로봇은 다양한 종류의 소나를 장착하죠 소나는 고래나 박쥐처럼 소리를 이용해서 위치를 측정하고 통신하며 주변을 탐색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물속에서 소리의 속도는 초속 1.5KM로 전자기파보다 20만 배나 느리고 사용 가능한 주파수의 범위도 훨씬 좁습니다 소리에 물리적 한계는 로봇의 능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소나로 영상을 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광학영상처럼 컬러풀하고 선명한 영상을 상상하면 안 됩니다 배를 타고 소나를 이용해 6000M 해저를 찍으면 그 해상도가 고작 50~100M 밖에 안 들거든요 수심 10,000m에 있는 해저로봇과 소리로 통신이라도 하려면 신호를 한 번 주고 받는데 20초가 걸립니다 주변을 한번 스캔하는 데는 10분이 걸리고 이 데이터를 실시간 즉 라이브로 전송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소리 물리적 한계는 수중 로봇이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장벽입니다 심해 로봇의 기술적 어려움은 또 있습니다 바로 수압입니다 물이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증가하죠 그럼 10,000m에서는 1,000기압이 작용할 겁니다 1,000기압이 어느 정도냐면 여러분의 손바닥 면적 100t 즉 모닝차를 100대를 올려놓은 걸 상상하면 됩니다 이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해야 수중로봇이 심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죠 수압을 구조적으로 견디는 용기와 물의 유입을 막는 수밀설계가 꼭 필요합니다 구조물의 내압과 외압이 균형을 이룰 수 있게 압력을 내부로 전달하는 압력보상장치도 필요하고요 엄청난 수압에도 부피가 변하지 않는 부력재도 필수라고 할 수 있죠 심해 로봇이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유체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유체력은 유체 속에 있는 운동체에 작용하는 힘으로 한마디로 수중에서 물이 물체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체의 저항력은 유체의 밀도에 비례하기 때문에 공기밀도보다 1,000배 더 높은 물의 밀도를 생각했을 때 육상에서 같은 속도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공기 중에서 보다 1,000배나 더 큰 힘이 필요한 셈입니다 그러니 수중에서 날렵하게 움직이려면 물의 저항은 최소화하면서 유체를 밀어냄으로써 얻는 추진력인 추력은 최대화하는 유체역학기술을 적용해야죠 심해탐사의 또 하나의 장벽은 사람들의 관심 부족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깊은 극한 심해서는 생물이 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한줄기 빛도 없이 캄캄한 암흑의 세계 강한 압력 낮은 수온 이런 극한 환경에서 생명이 산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특히 1997년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든 생명의 에너지가 태양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광합성으로 유기물을 합성하는 광합성 생태계가 지구상의 유일한 생태계라고 생각하는 거죠 생명도 없을 것 같은 심해는 사람들이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심해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97년 어느 날 미국의 해양과학자들은 유인 잠수정 엘빈호를 타고 심해를 탐사하던 중 아주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고요한 암흑 세계로만 생각했던 해제에서 힘차게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을 발견한 겁니다 그것도 색색의 연기를 뿜는 굴뚝이었죠 이 연기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은 갈라진 해저 지각 사이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그곳에 스며든 해수가 맨틀에 의해 데워져 다시 바다로 솟구쳐 나오는 이른바 열수였습니다 지각 아래 광물질들이 해수의 녹아 함께 분출되는데 암석의 성분에 따라 투명한 연기 하얀 연기 검은 연기 등 연기의 색깔도 달랐던 겁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굴뚝 주변에 생명이 살고 있던 겁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니라 엄청난 숫자의 군집을 이루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한줄기 빛도 닿지 않는 이곳 심해열수생태계는 열수에 녹아 있는 황화수소와 같은 독성 물질로 유기물을 합성하는 한마디로 광합성 생태계와는 또 다른 생태계였습니다 우리는 이를 광합성과 구분해 화학합성생태계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유인잠수정 엘빈호의 도움으로 심해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발견을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발견이라 불렀고 이후 심해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유인잠수정과 무인잠수정 등 심해로봇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죠 첫 번째 시간인 오늘은 바다 특히 심해와 함께 심해탐사를 어렵게 하는 장벽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구 표면 71%를 덮고 있는 바다 그 속에 아직 뭐가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게 놀랍지 않습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예전에 비해 심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수중로봇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부터 심해무인잠수정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6년도 6,000m급 무인 잠수정인 해미래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심해탐사로봇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심해를 연구하는 남자 전봉환 책임연구원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만나요 K-오션MO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