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기부터 제조되고 먹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지금도 한식 요리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전통소스, 멸치액젓.
갓 잡은 신선한 멸치가 좋은 품질의 정제염을 만나 썩음과 삭음의 아슬아슬한 그 경계선에서 비로소 탄생한다는 최상급 멸치액젓의 비밀.
‘시간이 주는 선물’이라고 할 만큼 땀과 인내가 필요한 멸치액젓 제조를 4대째 이어받아 만들고 있는 김헌목 명인이 지금, 멸치액젓의 비밀에 대해 구수하게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김헌목입니다. 수산식품명인이란 말이 낯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수산식품명인이란 수산식품의 제조, 가공 및 조리 분야에 20년 이상 종사를 하거나 전통의 방식 그대로 실현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해양수산부 장관이 우리 수산식품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법률에 따라 지정한 기능인을 가리킵니다. 2023년까지 총 12호까지 지정되었고 저는 2021년에 가업인 이것으로 제10호 수산식품명인으로 지정 되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저를 명인이 될 수 있게 한 수산식품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웬만한 집 가정에 다 있는 전통소스입니다. 진하고 깊은 맛을 원하는 한식요리엔 빠질 수 없고 특히 김치를 담글 때나 각종 찌개, 찜요리, 조림요리엔 필수적인 재료입니다. 평소에 요리를 좀 하시는 분들이라면 벌써 감이 오실 텐데요. 맞습니다. 바로 멸치액젓입니다.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요리할 때도 자주 사용을 하지만 정작 멸치액젓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선뜻 답을 하기는 쉽지 않으실 텐데요. 지금부터 저와 함께 멸치액젓에 대해 단디(제대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그럼 멸치액젓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멸치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요? ‘멸치’라는 이름은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어버린다고 해서 한자로 ‘멸할 멸’자를 써서 멸치라고 불리기도 하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선 ‘추어’ 또는 ‘멸어’라고 칭한 멸치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불리기도 하는데요. 제주도에서는 ‘행어, 멜’ 등으로 불리고 경상도에서는 ‘말자어, 멸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른 생선에 비해 10배가 넘는 칼슘을 함유하고 있어 흔히 ‘칼슘의 제왕’이라고도 하는 멸치 우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는 멸치는 겨울에는 중국, 일본 등 먼 바다에 머물다 봄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우리 연안으로 헤엄쳐 오는데요. 5월부터 9월까지 수심 2~30m 층에 약 4~5,000개의 알을 낳습니다. 알에서 깨어나 1년이면 성장을 마치는데 수명은 대략 2년 정도고요. 멸치는 보통 크기에 따라 분류를 합니다. 1.5cm이하의 ‘세멸’, 3cm 아래의 ‘자멸’은 볶음용으로 3cm에서 4~5cm 사이의 ‘소멸’은 조림, 볶음용으로 주로 사용이 되고 그것보다 큰 5~7cm 정도의 ‘중멸’은 조림이나 국물용으로 주로 사용이 되죠 또 젓갈 담기에 좋은 7.7cm이상의 ‘대멸’은 국물용이나 젓갈을 만드는데 사용을 하게 됩니다. 자, 그러면 멸치에 대해선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고 이번엔 액젓의 기본이 되는 ‘젓갈’에 대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젓갈을 새우,조기,멸치 따위의 생선이나 조개, 생선의 알, 창자 따위를 소금에 짜게 절여서 삭힌 음식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놓은 것’을 ‘젓갈’이라고 하죠. 우리나라에서의 젓갈은 신석기 시대부터 기원한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문헌상으로는 ‘삼국사기’, 신문왕 3년의 기록에 황후를 맞이하는 폐백 음식으로 등장을 한 것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젓갈은 우리의 식문화와 아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만들어 먹는 젓갈의 종류는 아주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멸치젓, 정어리젓, 갈치젓, 밴댕이젓 같은 생선을 이용한 젓갈류뿐만 아니라 생선의 내장이나 기관을 재료로 하는 명란젓, 전복내장젓, 성게알젓 갑각류를 재료로 하는 새우젓, 전라도 지방의 민물새우인 토하로 담그는 토하젓 새우장, 조개를 재료로 하는 조개젓, 어리굴젓, 소라젓 등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어패류의 종류만큼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렇게 젓갈을 만들기 위해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발효를 시키면 삼투압 작용으로 해산물이 갖고 있던 각종 영양분과 맛이 전부 액체가 되어 흘러나오게 되는데 여기서 건더기를 체에 곱게 걸러내고 국물만 담아놓으면 바로 액젓이 됩니다. 자, 그럼 이제 멸치액젓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죠 멸치를 소금에 절여 일정 시간 발효, 숙성을 거친 후에 액체만 담아낸 것이 바로 ‘멸치액젓’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자주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알게 되었을 때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이지요. 아마 멸치액젓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김장을 할 때나 찜, 찌개 등을 만들 때 빠질 수 없는 멸치액젓입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두시면 앞으로 두고두고 좋은 멸치액젓을 골라 맛있는 요리를 하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음 시간엔 멸치액젓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